- 정말 오랜 기간 동안 블로그 활동을 하지 않았다. 천성적인 나의 게으름의 탓도 있지만 코로나 19가 지금까지도 성행하고 있을지는 꿈에도 몰랐었고, 필력과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 여러 가지로 동력을 많이 잃어가고 있었다. 그보다 제일 중요한 이유는 동기부여가 떨어진 것이겠지....... 하지만 여러 번의 팟캐스트 출연으로 "운민"이라는 이름을 조금 알릴필요성도 느껴졌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나 자신을 적극 어필해 볼 생각이 들었다. 우선 머리를 좀 정리하고 환경의 변화를 줄 필요가 느껴져서 시원한 바다를 느껴보러 강릉으로 차 머리를 돌렸다.
- 강릉의 강문해변앞의 호텔에서 행낭을 풀고 시원한 바다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하늘도 맑고 끝이 없는 지평선이 나의 마음에 잠재되어 있던 여행의 욕구를 분출시킨다.
- 저녁때까지 있다가 배가 좀 고파지니 어디를 가긴가야 하는데 고민이 조금 생겼다. 희한하게 처음부터 강릉에 오면 유명한 음식인 장칼국수, 초당두부, 회 같은 뻔한 걸 먹고 싶지가 않았다. <<치즈파이가 유명한 집>> 여기다. 양식집인데 20년 넘게 경포대에서 영업을 한 거 보면 맛은 보장되어 있는 느낌이고,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가게인 거 같아서 냉큼 발길을 돌렸다. <<톰스 비스트로>> 경포대 앞에 위치한 가게이다.
- 이집이 자랑하는 명물 치즈피자 일명 치즈파이라고도 불리는 걸 시켜서 먹어봤다. 보통은 꿀을 찍어서 먹게 조그마한 종지에 담아 주시는데 유리병에 담아 나오는 걸 보니 포스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비주얼도 흔히 아는 피자와 달라 보이고 일단 먹어보니 정말 바삭하고 치즈가 듬뿍이라 나 같이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딱인 맛이다.
- 리조또와 크림 파스타도 시켜먹어 보았는데, 리조토는 생각보다 고추가 너무 매워서 매운맛을 잘 못 먹는 나에게는 아쉬웠지만 크림 파스타의 크림은 우유맛이 듬뿍 느껴지고 부드러워서 너무 좋았다. 배가 너무 불렀다 경포호를 좀 걸어야겠다.
- 경포호의 모습은 올림픽을 거치고 나서 달라지고 있다. 어느덧 거대한 호텔들이 들어서고 사람도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생각 보단 조용해서 좋았다. 강릉은 정말 특별하다
- 다음날 아침 근처에 있는 초당마을로 가서 해장음식으로 초당두부를 먹기로 했다.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초당 할머니 순두부 집을 갔는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기와집 느낌에 방에 들어가서 정겹게 먹었던 기억과 반대로 으리으리한 평범한 식당으로 바뀌어 조금 당황은 했었다. 맛은 그대로이겠지
- 두부란 음식은 큰 맛이 없기 때문에 맛에 무척 예민하다. 그래서 은근히 맛의 편차가 크고 더 까다로운지 모른다. 평양냉면도 그런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맛은 큰 차이가 없는데 분위기 탓 인가 더 이상 맛이 정겹지가 않다.
- 초당마을의 진정한 명소는 두부가 아니라 허난설헌 생가터인 거 같다. 건물도 건물이지만 경포호수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이 무척 정겹다. 집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은 가옥이 아니라 나무이다.
- 예전에는 한옥을 단순히 촌스러운 것 불편하고 쇠락한 것으로 느껴졌었는데 나이가 드니 자연과의 조화는 역시 한옥을 따라갈 수 없구나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 거대한 고목 사이로 청설모들이 뛰어놀고 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청설모다.
- 생가의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허난설헌의 동상 앞에서 작가의 필력을 받아서 다음 장소로 이동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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