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딩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허베이 성에서 제일 큰 도시이자 성도라 할 수 있는 스좌장이 나옵니다. 한자 그대로 읽으면 석가장이라고 불리는데 근대까지 작은 마을이었다가 인근의 석탄광산의 개발과 철도의 개통으로 인해 꾸준히 발전하게 되었고, 공업의 발달과 함께 크게 발전하게 되었지요. 한때 여행사를 중심으로 태항산 트레킹이 상당한 인기를 끌어 한국과 직항편도 생겼습니다. 스좌장 자체는 특별히 볼 게 없는 도시지만 석가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30분만 위로 올라가면 조자룡의 고향이자 중국에서도 10대 고도의 하나로 손꼽히는 북방의 역사도시 정딩이 나옵니다.
조자룡의 별칭 중 하나가 상산 조자룡이라고 하죠. 상산이라는 명칭이 정딩의 별칭 중 하나인데 원래는 태항산의 이름을 따 항산이라고 불렀다가 한나라 문제 이름이 유항이라 피휘하기 위해 이름을 상산이라 바뀌어 전해져 오고 있다고 합니다. 2000년 전부터 군사 요새로 전쟁이 많이 일어나는 도시였고, 본래는 ‘백성들의 진정한 평화를 기원한다. 진정 안정’라는 뜻에서 진정이라 불렀지만 청나라 옹정제가 즉위하면서 황제의 이름인 윤진과 같은 발음인 진의 사용이 금지되면서 정딩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스좌장의 공업도시의 이미지와 대조되어 고풍스러운 도시의 분위기를 엿볼수 있고, 성벽과 사원들이 곳곳에 있어 역사도시의 느낌이 강하게 오는 도시고요, 베이징 바오딩과 북방 3 웅진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정딩의 성벽이 도시를 둘러싸있고요, 특히 고성 남문인 창러 문에 오르면 정딩현 시내가 한눈에 보입니다. 이 남문 서쪽 즈음에 조자룡의 생가가 있다고 전해지고, 고증을 마치고 재건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정딩에 가면 우선 가봐야 할 장소가 중국 10대 사찰 중 하나이고, 북방지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불교사원인 용흥사를 먼저 가봐야 합니다.
수나라 문제가 조성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유명 건축 학자인 양쓰청이 용흥사를 가리켜 경외제일명찰로 칭하기도 할 정도로 규모도 크고 건물들이 오래되고 고풍적인 느낌이 듭니다. 특히 절에 있는 천수천안 관음이 규모도 크고 그것을 봉안한 마니전은 수나라 양식의 독특한 건축양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좌관음은 루쉰으로부터 동방 미신이라는 감탄을 이끌어냈다고 하죠. 그리고 종루는 중국에서도 유일하게 당나라 때부터 보존이 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정딩은 불탑으로 유명해 성벽 안에 위치한 사원마다 각기 다른 개성의 탑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정딩 4대 탑으로 불리는 임제사 징령탑, 개원사 수미 탑, 광혜사 화탑, 천녕사 능소 탑이 있습니다. 특히 저는 광혜사 화탑이 인도의 스투파 양식을 중국식으로 변형시킨 탑이라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정딩 길거리를 걷다 보면 4개의 탑이 멀리서도 보여 도시의 분위기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딩을 빛나게 하는 인물은 뭐니 해도 조자룡이죠. 우선 조자룡을 소재로한 민속공연인 상산 전고라는 특별한 민속공연도 전해져 내려온다고 합니다. 상산 전고는 조자룡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을 때 승전을 기념하고, 또 전장에서는 사기를 북돋고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져 유래된 전통 공연입니다. “ 조자룡은 전쟁 때 북을 쳐서 군의 사기를 북돋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하고 후대 사람들은 조자룡이 전쟁터에서 백전백승을 한 이유로 상산 전고를 뽑는다고 합니다. 정딩현에서 어린아이들은 4~5세 때 상산 전고를 저절로 배운다고 하고 심지어 태교 음악으로 상산 전고를 들려줄 정도라고 합니다. 1년에 한 번씩 정딩현의 마을마다 대표로 나와 경연대회를 하기도 하고 성 남문에서 하루 3번씩 상설공연도 볼 수 있으니 오시면 꼭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삼국지와 관련된 장소인 조운묘는 정딩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정딩의 거리를 지나면 조자룡의 동상을 만나고 장판파 전투에서 유비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필마단기로 적진에 뛰어들었던 모습 그대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청나라 양식을 본떠 새로 재건했고요. 역사 속 기록에서만 끊임없는 전란으로 파괴된 조운 묘를 4차례나 재건했다고 하니 옛 조상들도 조자룡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사당 내부로 들어가면 먼저 사의전이 나옵니다. 삼의 영웅에 조자룡까지 포함해 4명이죠. 조운과 유비가 나란히 있고 그 뒤 어두침침한 곳에 관우 장비가 있습니다. 실제로 진수가 삼국지에서 ‘ 유비는 조운과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다’고 서술되어있을 정도로 유비는 조자룡에 대한 대접이 남달랐을 것으로 보입니다. 뒤편에는 조자룡 부자를 모셔놓은 순평 후 전이 있습니다. 순평 후는 조자룡이 대장군으로 봉해질 당시 받았던 시호입니다. 조자룡은 항상 두 글자가 따라붙는데요 한편엔 인의 그리고 반대편엔 항상 이긴다고 해서 상승이 붙습니다.
조자룡의 상은 물론 활약했던 당시 벽화도 볼 수 있고요. 특히 조자룡이 자주 사용했다는 청강검 말고 48킬로짜리 묵직한 창 하나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중국 역사상 창술에 가장 뛰어난 용장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조자룡은 70세 넘은 나이에도 노장으로 전쟁터에 누비다가 훗날 목욕을 하던 중 껄껄 웃으면서 호기롭게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죠. 정딩에는 그 밖에도 조자룡 광장에 가면 거대한 조자룡의 동상을 만날 수 있고, 중국 문학 사조를 대표하는 원곡의 발상지라고도 하니 삼국지 테마로 둘러보기 좋은 도시라 꼽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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