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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민의 생각,잡담,일상

운민생각(1) - 5만원 입장료를 받는 도서관과 우리들의 자세

인터넷 서핑을 조금 하다가 기사 대문에 큼지막하게 " 하루 입장료 5만 원, 청담동 럭셔리 도서관 '소전 서림'… 책 파묻혀 와인 한잔 " 자극적인 제목을 보자마자 누르지 않을 수 없어서 한번 자세히 살펴보았다.

(기사 내용의 자세한 정보는 링크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573470&memberNo=24386473&vType=VERTICAL를 참조바란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문학 전문 도서관을 표방하는 강남 청담동에 위치한 소전 서림이라는 책방이 얼마 전에 오픈했는데 기존에 대중들을 위해 널리 열어놓는 다른 도서관들과는 다르게 고가의 입장료를 받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하루 이용하는데 5만 원(반일 3만 원)을 내야 하고, 대출은 허용되지 않고 오직 열람만 가능하다. 더군다나 연회비는 66만 원인데 우리나라 프로야구 연간회원권이랑 거의 맞먹을 정도로 소수 정예에게만 허락되는 그런 도서관이다.

암튼 기사의 의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고액의 입장료를 받는 도서관을 향해 비판 일색으로 글을 남기고 있었다. 

고급 스런 느낌의 소전서림 5만원의 입장료를 부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시설에 관한 논란은 항상 있었던 것 같다. 대표적인 게 국립 박물관의 무료인 입장료를 유료로 다시 전환하자는 움직임을 들 수 있는데 이명박 정부 때 일괄적으로 국립박물관의 입장료를 폐지한 이후로 대부분의 공립박물관 입장료도 무료로 전환되었고, 그 덕분에 더욱 많은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방문해서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객 숫자가 세계 5위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장벽을 너무 낮춘 덕분에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견학코스로 찾아오거나 어르신들의 휴식장소로 이용되었고, 그 결과 마치 박물관이 아니라 무슨 행사장에 온 거 같은 느낌이 들기에 한동안 관람하기 꺼려졌었다.

오죽했으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이자 문화재청 청장으로 재직하셨던 유홍준 교수가 여러 방송과 대중매체에서 다시 박물관 입장료를 유료로 해야 한다 주장하기까지 했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재정적인 지원을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로부터 풍부하게 받고 덕분에 전시물이 화려하게 구성되어 있는 국립, 공립 박물관 들과는 달리 사립박물관은 개인의 사재를 털어서 운영하는 형편이고 대다수의 사립 박물관은 입장료를 받기에 아무래도 일반 대중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래서 재정난을 견디지 못한 사립박물관 대다수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 지원이라는 게 돈을 주는 대신에 그 지원을 핑계로 여러 가지 간섭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방자치 단체의 입장으로는 최대한 관광객들을 많이 끌어모으는 게 목적이니까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놀이시설이나 캐릭터들을 배치하고 싶을 테고 그 결과 박물관 성격과는 다르게 개성이 점점 사라지고 전시물의 특색이 사라지게 되어 아쉽게 느껴진다.

이제는 입장료가 무료인 국립중앙박물관

흔히들 문화생활에 대해 저렴해야 한다 누구나 다가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한다. 맞다 그 말 자체는 틀린 게 없는데 가수를 예를 들어 이야기해보자 많은 가수들은 여러 가지 행사에 나와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콘서트를 열어서 하기도 하는데 많은 가수들 한테 어느 공연이 집중이 잘 되고 좋았다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콘서트라고 이야기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행사들은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관객들이 온전히 자신의 노래에 감상하지 않는 반면에 콘서트는 오직 자기의 노래가 좋아서 오기 때문에 연주하는 사람도 좋고, 듣는 사람도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물론 문화의 대중적인 영역도 중요하긴 하다. 문화를 쉽게 접하게 되면 대중들이 그에 대해 관심을 더욱 가지게 되고 문화의 지평이 넓어지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너무 일방적으로만 문화를 쉽게 풀어버리면 그 반작용으로 일반 시민들이 박물관 입장료를 아까워하거나 콘서트에서 쓰는 돈을 아쉬워하기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업들 사이에 문화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려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현대카드의 도서관들을 예를 들고 싶다. 물론 콘서트 유치도 잘하고 문화시설 확충도 많이 하지만 현대카드 소지자에 한해서 들어갈 수 있게 입장객들을 제한해 놓을 수 있는 테마 도서관을 소위 핫 한 동네에 열고, 트래블 디자인 쿠킹 뮤직 등 다양한 테마에 맞추어서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세련된 디자인과 감각적인 구성을 지닌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우리나라의 고궁이나 산사 왕릉 등 수많은 문화재의 입장료도 다른 나라에 비해 무척 저렴하게 되어있다. 경복궁의 입장료가 지금 현재 3천 원이면 들어갈 수 있는데, 그것도 얼마 전 까지는 천 원이었다. 물론 대중적으로 널리 개방되어서 다양하게 이용하려는 의도일 수 있지만 우리가 경복궁의 가치를 3천 원밖에 안 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5만 원 입장료를 받는 소림 서림의 대담한 시도가 단순히 입장료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문화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쳐서 다양하고 개성적인 장소가 많이 생겨났음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