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는 나관중 원작의 <<삼국지연의>>로 인해 한, 중, 일 국가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았던 콘텐츠였습니다. 삼국지가 위대한 점은 세월이 지날수록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사랑받는 인물도 달라지고, 인물의 캐릭터가 계속 재해석된다는 점이지요. 삼국지의 본 고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삼국지를 소재로 만든 드라마는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데요. 이전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삼국지 관련 드라마나 영화는 <<삼국지연의>>원작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촉한 정통론에 입각하여 선과 악의 구도가 분명하게 나누어진 우리가 생각하는 삼국지의 모습 그대로를 재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 비디오로 암암리에 유통되던 84부작 <<삼국연의>>가 우리 기억에 강렬한 인상을 주곤 했었는데, 우리가 생각하던 <<삼국지연의>>의 모습 그대로를 잘묘사했죠. 심지어 대사들도 삼국지연의의 문어체 대사를 충실히 따랐다고 합니다. 특히 당국강 배우가 맡은 제갈량의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촐귀몰한 제갈량의 이미지를 충실하게 묘사했고, 말년의 제갈량을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탈 바꿈 하면서 다른 배우가 맞는가 의심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원소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나중에 주유 역할로 다시 등장하는 등 배우 돌려막기가 눈에 띄어 몰입감이 떨어지는 부분은 상당히 아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작품 자체가 훌륭한 편이었기에 과연 다음 작품은 나오기 힘들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한동안 중국에서 삼국지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잠잠하다가 2010년에 와서 <<삼국>>이란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했고,곧 이어 한국 kbs를 통해 접하게 되면서 다시 삼국지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사극과 삼국지 관련 영상매체와는 달리 정사의 비중도 높게 반영하고, 연의와 정사를 같이 놓는 동시에 작가의 재해석이 들어갔죠. 연의의 몇 장면은 과감하게 삭제하면서 조조 아들들의 권력투쟁들을 부각했죠. 삼국지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지만 몇몇 캐릭터의 연기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특히 전 유비역을 맡았던 우화위의 연기가 아직도 뇌리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인덕이 넘치고 겸손을 미덕으로 삼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잘했으나 비굴하고 능력이 없게만 느껴졌었던 그동안의 유비와는 달리 인덕은 있지만 강단이 있고, 가진 것은 없어도 당당함을 잃지 않던 유비의 모습은 정말 새롭게 느껴졌지요. 하지만 유비를 대비시키려고 하니 관우와 장비의 캐릭터성이 다른 작품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관우의 충의가 오만과 자존심으로 점철되었고 그 오만함으로 인해 죽게 되었다는 드라마 속의 해석은 관우에 대한 이미지를 많이 떨어지게 만들었죠.
신삼국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적벽대전 직후 형주땅에 대한 유비와 손권의 대립으로 너무 길게 끌었다는 점입니다. 위나라와 촉나라의 비중이 적은 오나라지만 재해석될 여지가 많은 소재를 가지고 유비의 빌런으로만 쓰인점이 아쉽습니다. 주유는 제갈량을 질투하는 질투꾼으로 전략했고, 손권은 뒤에서 모략만 꾸미는 암 군으로만 그려졌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열연과 삼국지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저는 긍정적인 평가를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수많은 짤방으로 남기도 했던 드라마 <<신삼국>> 넷플릭스에도 방영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 같은 시국에 드라마로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이어서 사마의를 소재로 한 드라마 <<미완의 책사 사마의>>시리즈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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